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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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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280일 그들만의 특권 늘 바스락거리며 움직이던 아기가 자동차를 타니 심심했던 모양이다. 갑자기 자기 발을 입으로 끌어당기더니 엄지발가락을 쪽쪽 빨고 있다. 얼마나 달게 빠는지 소리 한번 요란하다. 아가들만의 특권을 맘껏 누리는 듯하다. 제 아무리 유연한 발레리나라도 자신의 발가락을 빤다면 흉측하겠지만 아가들은 그 모습이 여간 귀여운게 아니다. 가만 보니 엄지발가락이 졸릴 때 입에 무는 쪽쪽이와 비슷하다. 크기도 모양도 감촉도 쪽쪽이와 같은가 보다. 서진아~~ 그건 쪽쪽이가 아니란다. ㅋㅋ
생후 9개월 다리에 제법 힘이 붙었다. 붙잡고 일어선지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소파도 기어오르고 안아만 줘도 마구마구 위로만 기어오르려 한다. 등을 붙이고 가만히 누워 있는 법도 없다. 아기 천사의 도전은 무궁무진하다. 잠시도 눈을 떼면 안 된다. 높이, 거리, 깊이, 무게 등등을 익히는 중이리라. 높은 곳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 까치발을 떴다. 고 작은 종아리에 힘이 들어간 모습이 앙증맞다.
미용실 체험 서진이가 머리 깎는 영상을보내왔다. 겁을 잔뜩 먹은 표정으로 두 눈엔 이미 눈물샘이 터질듯 말 듯하다. 커다란 보자기로 온몸을 감싸고 어른들이 둘러싸고 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걸까. 불안과 두려움과 공포가 뒤범벅이 된 슬픈 표정을 보니 딱하기 이를 데 없다. 차라리 울고불고 난리를 친다면 마음이 덜 아플텐데... 서진아, 변화란 늘 새로운 고통과 함께 오는 것이란다. 서진이 인생 첫번 째 모험인가? 후에 들은 얘기로는 그날 엄청 울었단다. ㅎㅎ
그 아빠에 그 아들 2020. 08. 30 암만 봐도 신기하다. 어쩜 그리 제 아빠를 빼닮았을꼬? 하루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가는 서진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숨이 가쁘다. 행동반경은 점점 넓어지고 잠시도 가만히 있질 않는다. 그러니 늘 땀에 젖어 쌕쌕거리며 숨을 쉬기도 한다. 장남감도 제법 가지고 놀 줄 알고 사물 하나하나를 뜷어져라 쳐다보기도 한다. 고 반짝이는 눈빛에 생각이 가득하다.
2020. 8. 15 이제 제법 붙잡고 한참을 서 있다. 테이블 한 가운데 쪽쪽이를 보자 잡으려고 시도를 한다. 제 딴에는 까치발도 떠보고 한참을 응시하다 손을 뻗지만 어림도 없다. 이를 본 엄마가 살짝 도와줬더니 이내 잡아 입으로 가져간다. 그러고는 헤헤 웃는다. 흡족한 모양이다. 쪽쪽이를 손에 들고 서서 한참을 뭐라고 옹알옹알 한다. 표정도 진지하다. 볼록한 양볼에 하고 싶은 말이 가득하다. 입술에 힘을 주고 '우우~~' 소리를 낸다. 아마 엄마가 도와줘서 잘 잡았다는 말을 하는 것 같다. 손에 만지는 것,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얼마나 신기할까. 하나하나 세상을 익혀가는 즐거움이 얼마나 클까. 고 작은 몸짓으로 바라본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을까. 바라보는 우리가 이렇게 가슴 벅차도록 사랑스러운데.
2020. 8. 8 뒤집기를 하겠다고 용을 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기어다니고 붙잡고 일어서기도 한다. 물론 걷고자 하는 의욕이 있어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잡고 싶은 물건이 좀 떨어져 있으면 발을 떼어 놓기도 한다. 바라보고 있노라면 아직 힘이 붙지 않은 다리가 안타깝기도 하고 대견해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두어 주를 못 봤는데도 용케 할머니 얼굴을 잊지 않고 알아본다. 환하게 웃는 하얀 미소가 바로 천사의 날갯짓이다. 티없이 맑은 표정에 녹아나지 않을 재간이 없다. 이제 사람을 알아보는지 낯가림을 한다. 누구에게는 무표정으로 경계심을 나타내기도 하고 제 엄마가 잠시만 보이지 않아도 엄마를 찾는다. 할머니가 좋다고 미소로 답하지만 그래도 엄마 품이 더 좋단다. 엄마 옷자락을 꼬옥 잡은 고 작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있..
2020. 7. 20 2020. 7. 20 이제 조금씩 의사표시를 하는 것 같다. 뭔가 맘에 안 들거나 뜻대로 되지 않으면 ‘그르릉~’ 하는 소리를 낸다. 이유식도 먹기 싫으면 입을 앙다물고 열어주지 않는다. 나름 다 생각이 있나 보다. 뭐든지 만져보고 입으로 확인하며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이 신기하다. 쪼물딱쪼물딱 늘 뭔가를 만지작거리며 탐색을 한다. 무슨 생각을 할까. 촉감으로 느낄까, 색깔을 알아갈까. 소리도 느끼겠지. 내가 커피를 마시면 커피잔에 유독 눈길을 준다. 지난번에는 내가 들고 있는 커피잔을 잡으려다 저도 모르게 일어서고 말았다. 다리에 힘이 얼마나 좋은지 놀랍다. 아마 제 엄마 아빠를 닮았으니 운동신경은 좋을 것 같다. 착각일까? 요즘은 이름을 부르면 돌아다볼 줄도 알고 낯가림도 하는 모양이다. 오랜만에 만나..
서진이의 탐구생활 2020. 7. 6. 서진이가 태어난 지 벌써 7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아기에게 생긴 변화는 어마무시해서 만약 사람이 늘 그렇게 성장한다면 아마 세상은 무서운 세상이 되고 말 것 같다. 앞니도 조그마니 언뜻언뜻 보이고 뒤집기 한다고 용을 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자분자분 요리조리 기어다니며 탐구생활에 빠졌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세상 모든 것들이 얼마나 신기할까. 작은 것 하나도 예사로 보아넘기지 않는다. 그예 입으로 가져가 확인한다. 그것이 장난감이 되었든 신발이 되었든. 프로이트의 발달이론 중 구강기에 해당하지 싶다. 암튼 공유하는 것도 아닌데 예나 지금이나 집집마다 아이마다 발달 순서나 행동 양식이 같은 것을 생각하면 여간 신기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