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포토에세이

(10)
코스모스 코스모스 강현자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1960~70년대 한창 유행하던 가수 김상희의 노래를 들으면 사춘기 소녀는 뜻도 모르면서 묘한 감상에 빠져들곤 했다. 이 노래가 나올 때쯤이면 학교 옆 당산에 단풍이 들고 안개 속을 걸어 학교 가는 길은 가을에 흠뻑 젖었다. 화당과 남수원 사이, 동화초등학교 앞길에는 9월이면 코스모스가 길 양옆으로 길게 꽃길을 만들었다. 그 길을 걸을 때면 마치 나는 동화나라 속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코스모스 안에 또 다른 코스모스다. 형광빛으로 변해가고 있는 오창 들판을 지나려니 군데군데 코스모스가 보인다. 갓 피어난 꽃이 곱다 못해 맑다.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으려고 휴대폰을 갖다 댔다. 차량들이 휙휙 지날 때마다 코스모스는 정신을 못 차리겠다는 듯이 머리채를 ..
닭의장풀 오랜 기다림 끝에 그들은 만났다. 기다린 달개비도 다가간 벌도 모두가 축복이다. 어제도 오늘도 연이은 약속 취소에 이들이 부러워지는 오늘 아침. 2020년 8월 24일
능소화 깊은 사랑의 기다림은 지치지 않는 법인가. 단 한 번의 사랑으로 끝나버린 소화의 슬픈 사랑처럼. 그래서 무더운 한여름에도 담장에 목을 길게 늘이고 성은을 기다리나 보다. 기다림은 아름다운 사랑의 찬가인가.
나의 소확행 둘 아침 창밖 초록잎 끝에 걸친 햇살 한 조각이 나를 깨울때 행복이 기지개를 켠다. 투명한 연둣빛을 서곡으로 하루가 시작되는 오늘은 알레그로다.
어디로 갈까? 우리는 늘 선택의 순간에 살고 있다. 어디로 갈까? 때로는 내게 주어진 자유가 버거울 때도 있지만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분명 희망이고 미래이며 바로 지금이다.
나의 소확행 하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회사에 출근을 하던 시절엔 정말이지 집에만 있고 싶었다. 그러다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하는 일로 직업을 바꾸자 이젠 늘 밖을 동경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갇혀 사는 것 같던 마음은 사라지고 느긋하게 창밖을 관망하는 여유를 즐기는 나를 발견했다. 봄, 여..
생명력 저들이 만약 흙살 좋은 텃밭에서 잡초로 살았다면 누군가의 손에 당장 뽑혀나갔을 것을 이렇게 당당하게 나의 카메라에 몸을 담아 스타가 되었다. 예쁜 화분에 담겨 옹색한 햇볕을 받는 화초보다 떡 하니 어깨펴고 기세좋게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돌아보아 주는 이 없어도 서운해 하지 ..
보호받을 권리 연탄 한 장에 울고 웃었던 시절이 생각난다. 연탄가스에 중독이 되어 사고가 났다는 기사가 연일 화제에 올랐지만 그래도 우리는 연탄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김장을 끝내고 나면 창고에 연탄을 가득 채우는 걸로 월동준비는 마무리 된다. 없는 살림에 연탄 한 장을 아끼려고 연탄구멍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