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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코스모스

코스모스

 

강현자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1960~70년대 한창 유행하던 가수 김상희의 노래를 들으면 사춘기 소녀는 뜻도 모르면서 묘한 감상에 빠져들곤 했다. 이 노래가 나올 때쯤이면 학교 옆 당산에 단풍이 들고 안개 속을 걸어 학교 가는 길은 가을에 흠뻑 젖었다.

화당과 남수원 사이, 동화초등학교 앞길에는 9월이면 코스모스가 길 양옆으로 길게 꽃길을 만들었다. 그 길을 걸을 때면 마치 나는 동화나라 속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코스모스 안에 또 다른 코스모스다.

형광빛으로 변해가고 있는 오창 들판을 지나려니 군데군데 코스모스가 보인다. 갓 피어난 꽃이 곱다 못해 맑다.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으려고 휴대폰을 갖다 댔다. 차량들이 휙휙 지날 때마다 코스모스는 정신을 못 차리겠다는 듯이 머리채를 흔들어댄다. 차가 지나가면 다시 몸을 곧추세운다. 키가 좀 작았더라면 그리 흔들리진 않을 텐데……. 자신을 좀 낮추라고 한들 무슨 소용이랴.

누군가 무심코 건넨 한마디 말이 바람을 일으켰다. 자동차가 버리고 간 무심한 바람에 가녀린 코스모스는 한없이 넌출댄다. 코스모스가 몸을 곧추세우면 또다시 바람이 몰려왔다. 바람은 태풍이 되어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구설수의 위력은 대단했다.

 

총욕약경寵辱若驚

귀대환약신 貴大患若身

 

노자의 말이 가슴을 울린다. 총애든 욕됨이든 인위적인 가치 기준이나 이념 체계가 아닌 자신의 내부에 자연성으로 존재하는 생명력을 소중히 하라는 뜻이렸다. 이 말이 어찌 정치인에게만 해당될까. 총애를 받는다고 기뻐할 것도 욕됨을 얻는다고 억울해 할 것도 없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고 누가 감히 장담할 수 있겠는가. 나라는 존재가 있음으로 총애도 욕됨도 따르기 마련인 것을.

 

코스모스가 잔바람에도 심하게 흔들린다는 사실조차 어렸을 땐 알아채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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