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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보호받을 권리



  연탄 한 장에 울고 웃었던 시절이 생각난다.

 연탄가스에 중독이 되어 사고가 났다는 기사가 연일 화제에 올랐지만 그래도 우리는 연탄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김장을 끝내고 나면  창고에 연탄을 가득 채우는 걸로 월동준비는 마무리 된다.

없는 살림에 연탄 한 장을 아끼려고 연탄구멍을 정확히 맞추지 않고 약간 비스듬히 구멍을 맞추면 화력이 오래간다는 지혜로 살던 시절이었다.

때마침 오밤중에 연탄을 갈아야 하는 날은 우리 세자매는 서로 미루느라 자는 척 하다 연탄불을 꺼뜨려서 혼쭐이 났던 적이 어디 한 두번이던가?

연탄불위에서 바즈락바즈락 굽던 꽁치구이 냄새는 지나가는 이의 회를 동하게 하고도 남았다.

석쇠 위에서 지글지글 기름이 빠지면서 솟구치는 불기운에 굽는 소금구이 삼겹살 맛은 이제 아득하기만 하다.

마지막 생을 다하고도 엄동설한 길바닥에 내동댕이 쳐져서 우리의 엉덩방아를 지키는 파수꾼이기도 했으니

 햐얗게 몸을 사른 연탄이여

그대 비록 생명을 다하였어도 분명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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