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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의 창작 수필

충청도 사투리 수필

대문 즘 열어 봐유

 

강현자

 

  발쌔 가을인게비네유. 시월이 왜 그르키 빨르대유. 고놈의 코로난지 머시깽인지 땜이 정신이 항개두 읎슈. 예전 겉으먼 아이덜 운동히다 뭐다 혀서 동네가 떠들썩했겄구먼 천지사방이 조용허네유. 가을걷이 끝내먼 우리 마을 부녀히서 단풍 구이경두 갔을 틴디 뭐 워쩌겄어유. 집구석이나 틀어백혀 호냐 있이야쥬 머. 아이구, 그라고 보니께 옛날 생각나네유. 우리 동네 종냄이네 뒷집에 대처 사램이 이사를 와가꾸 살었었슈. 그 빨간 벡돌 이층집언 워냥 쥔은 따로 있넌디, 뭔 일인가 젊은 새닥네가 시를 읃어 왔대내뷰. 워째 이런 촌구석이까지 들으왔으까 동네 사램덜언 궁금했지만서두 그맇다구 대놓구 물어볼 수는 읎잖유. 그냥 뭐 속딘 말루다가 워티기 절단나서 왔내비다 하믄서 쉬쉬 했쥬 뭐.

 

  새루 이사 온 이층집이넌 아덜이 둘인디 고것 참 피부색두 허여멀건허니 이뿌게두 생겼대유. 대처 물이 오냥 좋아 그린 게뷰. 갸덜이 동네를 휘젓고 댕기니께 동네 으르신덜은 증신읎다 하지만서두 골목이 떠들썩허니 우리 애덜두 친구 생겼다구 월매나 좋아했넌지 몰러유. 인저 사람 사는 거 같었으니께유.

 

그란디 그 새닥은 사무 집이서 대문 걸어 짱그구 뭐 하구 사나 몰르겄슈. 하기사 우리 겉은 사램은 치다보두 않겄쥬. 그래두 가끔 만내먼 배시시 웃긴 허더라구유.

 

  새북에 들에 갔다 오다 보먼 이층집언 여적 한밤중여유. 그집 아자씨가 대처루 출퇴근을 허니께 싸이클인가 뭔가 허능기 우덜이랑은 다르겄지유. 암만 그려두 그맇지 어찌다 대문 안을 딜이다 보믄유 난리두 아녀유. 잔디를 깔은 거 겉은디 잡풀이 더 많어유. 제초제를 치덩가 풀을 뽑덩가 해야 허는디 도대처 만나야 갈쳐 주쥬. 과실 낭구에 과실은 지대루 딘게 항개두 읎는규. 약을 안 치서 벌거지 존 일만 시킨다니께유. 소독약 통을 빌려줄 팅께 가져가라 혀두 오덜 안 혀유. 빌려줘두 쓰덜 못 헌대유. 그래 우리가 나서서 해주구 싶어두 농삿일 바쁜 우리가 워디 짬이 나야 말이쥬. 때 디먼 전지두 히주야 가쟁이가 배깥이루 안 넘어 가넌디 도시 그란디는 관심이 읎는 건지 몰러서 못 허는 건지 답답혀서 죽겄슈. 그래 항개씩 알켜 줄래두 도통 문 열구 나오덜 않어유.

 

  오른손이루 장 떠먹는 사램은 그릏기 안허는 긴디 그집이넌 왜 걸핏하먼 대문을 짱궈놓나 몰르겄슈. 대문이 열렸으야 오매가매 딜이다 보믄서 친해질 거 아뉴? 어차피 우덜 동네루 들우왔으먼 인저는 한 식구나 매한가지잖유. 안 그류?

  대처서 이런 촌구석이루 이사와 한동네 사람 됐이니께 인저 면을 좀 트구 살으야잖유. 이제나저제나 눈치만 보구 있넌디 하루는 저녁 늦게꺼정 이층집에 불이 훤허게 켜진 규. 사램이 경장히 많이 모인 거 같었슈. 그래 우리집 냥반이 저니들 허구 인사나 트자구 나슨 규. 이층집 아자씨허구 우리 애덜 아부지허구는 나이두 비슷허구 애덜두 비슷허니께 잘 새겨보구 싶었던 기지유. 우리 상진 아부지두 낯이 설으니께 술을 한잔 걸치구 이층집엘 찾어갔슈. 근디 그놈이 술 때미 사단이 난규. 쪼꼼 있으니께 막 큰 소리가 나더라구유. 아마 그집이서는 우리 상진 아부지가 술주정이래두 하는 중 알었내뷰. 내 참 기가 맥히서 말이 안 나왔슈. , 우리 상진 아부지루 말할 것 겉으먼 동네 이장을 맡은 디다가 워디 가서 겡우 읎는 짓은 안 하걸랑유. 친해보자구 찾어간 것이 그만 문 안에 발두 못 딜여보구 쫓겨나듞이 나온 규. 씩씩거리매 돌아오는디 그 속을 갱신히 달랬지 뭐유. 내가 다 속상허대유.

 

  다암날 이층집 새닥이 미안허다구 찾어왔대유. 어젯밤에 집들이를 했대나 뭐래나. 직장 사램덜을 초대했넌디 느닷읎이 상진 아부지가 찾어와서 아는 칙을 허니께 다덜 분위기가 이상해졌다능규. 이층집 아자씨 승격이 원래 사램을 쉽게 못 새긴다믄서 이해해 달라구 허대유. 듣구 보니께 내가 더 미안했지 뭐유. 직장 사램덜끼리 화합허는 자리였을 틴디 우리 상진 아부지가 가서 재를 뿌린 기쥬. 요즘 사램덜 말루다가 낄 때 끼구 빠질 때 빠지야 허는디 그걸 못 한 기쥬. 그 새닥 얘길 듣구 보니께 내 얼굴이 화끈거려 혼났슈. 인자 그집 아자씨 얼굴을 워티기 보나 했어유.

 

  그런 일이 있구 얼마 안 있으니께 새닥이 안 보이대유. 읍내 워디루 취직을 혀서 호이사에 댕긴다구 허대유. 아침에 나가믄 원제 오는지 동네서 돌아댕기는 걸 못 봤슈. 읍내서 집집마다 댕기매 애덜 공부를 갈친대나 뭐래나. 굉일날에나 마당이서 풀을 뽑는 모냥이대유. 암튼 우덜이랑은 잘 어울리두 못 허구 호냐 가생이루만 도는 거 겉으더니 디루 이사를 나갔슈.

 

  근디 사람 사능기 참 이상허대유. 든자리는 몰러두 난자리는 표난다구 이층집이 이사가니께 동네가 텅 빈 거 같었어유. 이층집언 또 왜 그르키 높이 뵈던지유. 한동안 울 애덜두 맴을 못 잡더라구유. 츰에 갸덜 이사왔을 즉에 울 애덜이 엄칭이 좋아했걸랑유.

 

  말이 나왔으니께 말인디유 사실 촌이라는 디가 워떤 디유. 한자漢字루다가 마을 촌자를 풀어보먼 낭구를 중심이루 가차운 친족끼리 모뎌서 사는 디가 아니겄슈. 요새는 같은 혈통은 아녀두유, 누구 집에 숟가락이 멫 벌이 있능가 알 정도루 한 식구처럼 지내는 디가 촌이잖어유. 옛날버텀 힘들게 농삿일을 헐라니께 워쩔 수 읎이 서루 품앗이를 하믄서 살으야지 호냐는 지 아무리 잘났어두 말짱 헛일인거 몰러유? 그라니께 남으집 대문을 지집 드나들 듯 허능규.

 

  새닥이 그걸 몰랐등규. 동네 사램덜언 새 식구가 와서 워티기 잘 해 나가나, 뭐래두 도와줄 기 읎나 싶어 자꾸 디다봉긴디 이층집언 그게 싫었등게뷰. 관심을 간셉이라구 생각한 모냥여유. 인저와서 말인디유 새닥네가 오해나 풀었으믄 좋겄어유. 그니두 우덜이랑 친해보구 싶었겄지 시상에 이웃지간에 담 쌓고 살구 싶은 사램이 워딨겄슈. 근디 노상 대문을 짱궈노니께 도통 말두 안 통허구 물에 기름 뜨득기 호냐 그륵허다 이사를 갔내벼유. 그나저나 이층집 새닥은 지금쯤 워디서 워티카구 사능가 몰르겄슈. 서루 나이들어 가믄서 툭 터놓고 얘기허믄 못 헐 말두 읎을 긴디. 지금이래두 닫힌 맴 활짝 열어제쳤으먼 싶네유. 알구 보먼 사램 맴은 다 같은 거 아뉴. 안 그류?

  새닥네, 대문 즘 열어 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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